본문 바로가기

30s story

[30s] Page 01. 제로베이스



Tuesday

June.20.2017 

Sitges, Catalonia, Spain



20대를 마무리하다




 어렸을 적부터 워낙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인생을 드라마 시즌처럼 시기를 나누어 구분 짓는 습관이 좀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즌, 대학교 1학년과 군대 시즌, 복학생과 호주 워홀 시즌 등과 같이 말이죠. 


 30대에 들어선 이후, 이 습관은 제 20대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분지었습니다. 대학교 입학 때부터 멜버른을 떠나온 날인 2012년 7월 6일이 20대의 전반부, 저 이후부터 유럽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날인 2017년 7월 6일이 20대의 후반부.


 인지도는 높진 않지만 겉으로 보기엔 번듯해 보이는 대기업 계열사를 때려쳐야겠다는 결정은 2016년에 했습니다. 가족, 여러 친구와 지인들을 만나며 했던 수많은 '퇴사 사유' 설명을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회사의 미래, 회사에서의 나의 미래, 계속 다니면 이 조직에서 나의 끝이 어디쯤이 될 지 명확히 보이는 것이 주 이유였습니다. 이게 사유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이 포스팅처럼 공개된 곳에서 언급하기도 아까운 못된 사람들이 회사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시계를 뒤로 돌려 4년 전 취준생 시절로 돌아가볼게요. 서울 중상위권 경영학과에 중간 정도의 학점, 인턴 하나와 대외활동 두 개, 토익 930/오픽 IM3에 직무 관련 자격증 전무가 제 정량적 스펙이었습니다. 2012년 12월 경에 직무를 '회계'로 정하고 정확히 1년 간(2013년 12월 31일까지) 집-학교-헬스장-집 만을 오갔는데요. 지금 돌이켜봐도 회계/재경 직무로만 지원서를 넣는 취준생 치고는 참 비루한 스펙이었습니다.


 그래서 양으로 승부했습니다. 2013년 8월부터 11월까지 넣은 서류가 사기업 47개, 공기업 20개였습니다. 저 스펙 치고 서류 합격률은 무난한 수준이었습니다. 좋은 회사는 물론 대부분 서류에서 낙방했지만서도요.


 하필 가장 먼저 최종 합격한 곳이 제가 다니던 회사였습니다. 뭐 이렇게 된거 첫 사회생활이니 열심히 해 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입사를 했구요. 하지만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회의 차별과 냉정함, 현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동등한 입장에서라도 내 능력을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해외 근무자 선발 기회에 지원했고, 2015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US story) 2년 2개월이라는 시간을 미국에서 보내게 됩니다. 어찌 보면 가장 좋은 시기인 남자 28,29세가 뭉텅 날아간 것이에요. 군대 두 번 다녀온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될까요. 


 방황의 시기였던 2015년을 지나, 2016년 1월부터 AICPA 공부(US-AICPA)를 시작했습니다. 그냥 세월아 네월아 하면 아무것도 안 남을거 같아서 시작했지요. (그게 아직도 진행중이라는게 함정..) 2016년 3월 마이애미, 5월 한국 휴가, 9월 샌프란시스코를 제외하곤 집-회사를 24/7 반복했습니다. 이 시기에 남아있는 기억이라곤 사계절 내내 회사 주변을 산책하고, 미국 동부의 밤 하늘을 쳐다보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혼잣말을 중얼거린것 뿐이네요.


 다행히 AICPA 마무리 후 귀국하겠다는 계획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계획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무사히 귀국을 했으며, 원하던 시기에 퇴사를 완료했고, 4주 짜리 여행도 무탈히 다녀왔어요. 한국에서의 추가 정리 작업을 끝으로 7월 중순까지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20대를 되돌아보면 참 다사다난했다고 생각합니다.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순간들과 이야기, 추억, 아쉬움, 실수와 잘못, 희노애락이 어렴풋이, 때로는 명확하게 그려집니다. 또한, 여러 사정으로 연이 닿지 않은 사람들도 생각나구요.


30대를 시작하며


 혹자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위시하며 30세가 되는 순간, 많은 것들이 바뀐다고들 합니다. 30세의 중반을 지난 현재까지의 느낌으로는 긴가민가 합니다. 아직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어서 그럴까요 ㅎㅎ


 30대의 시작점에서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 지금으로써는 너무나 좋고 행복합니다. (백수라서 그런 것일수도 있습니다.) 이러기 위해서 그 몇 년을 치열하게 살았던지... 하고 뒤돌아보며 제 스스로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곤 합니다. 물론 매일 10시간 이상을 독서실에 투입해야 하는 현 상황이 녹록치는 않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했던 작년 이 맘때를 생각하면서 감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25세 호주 워홀 생활을 Outback story로, 28-29세 미국 생활을 US story로 기록했던 것처럼, 이번엔 30대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 카테고리 안에 풀어나갈까 합니다. 기존 포스팅 기조와 비슷하게 정보 제공 측면의 글이 있을 수 있고, 매우 주관적인 일기를 쓸 때도 있을 것입니다.


 유럽 여행 이야기와 부산 여행 이야기, 공부 이야기 등 부터 쓸 생각입니다. US story 쪽 카테고리도 아직 쓰지 못한게 몇 개 있는데, 이것도 나중에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