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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story

[US] sheet 54. 로드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Tuesday

September.06.2016 

@ Lynchburg, VA




미국 내 운전 관련 포스팅 링크


[US] sheet 15. 미국 속도위반 티켓의 모든 것 (feat.내 200불)

[US] sheet 47. 미국 과속 티켓 관련 - 레이더 감지기, 교란기 안내





Hit the road




  굳이 이런 경험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제 팔자가 이런가 싶습니다. 15년도에 있었던 과속 티켓, 접촉사고에 이어 올해는 로드킬을 경험했네요.

  대도시는 거의 없는 편이지만, 땅덩어리가 너무 커서 토지가 남아도는 미국의 대부분 소도시 특성상, 숲이 사방에 있습니다. 그 말인 즉슨, 사슴과 같은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사람 주변에 존재한다는 거죠.


  지난 9월 초, 퇴근하고 집에 가던 길에 뛰어든 두 마리의 사슴 중 한 마리는 제 차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사슴 앞에서는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더군요.


  다행히 사람은 다치지 않았던지라, 다음 날에도 멀쩡히 출근해서 일하고 공부했습니다. 사슴은 그 자리에서 운명을 달리했고, 앞서 가던 나머지 한 마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더군요.




로드킬 관련 팁(?)



  1. 야생동물이 튀어나올 때, 가장 안전한 운전 방법은 핸들을 꺾지 않고 그대로 받는 것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상식으로써, 진행하는 차량 앞에 야생동물이 튀어나오면 피하지 말고 브레이크만 밟아서 속도를 줄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돌렸다가 옆차선에 있는 차량과 충돌할 수도 있고, 갓길을 걸어가는 행인을 칠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핸들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사슴과 충돌해서, 위와 같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2. 사슴 정도의 동물과 충돌시, 에어백은 안 터지는 것이 정상이다.


  들소 같은 큰 야생동물과 충돌하지 않는 이상, 에어백은 터지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사슴 정도 크기의 동물과 충격시, 충돌로 인한 차량의 감속이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차량 충격 = 에어백 전개'와는 달리, 에어백은 '관성의 힘'의 조건 발동 여부에 따라 전개가 됩니다. 

  

  차량마다, 에어백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정면충돌에어백을 기준으로 할 때, 정면 기준 좌우 30도 이내의 각도(역시 각도가 중요하군요?)에서 '유효충돌속도'가 2-30km/h일 경우에 발동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충격감지시스템은 보통 충돌센서와 전자센서로 나뉘는데, 충돌시 일정 이상의 관성이 발생하면 충돌센서의 롤러가 이동하여 전자센서를 작동시키고, 전자센서가 가스를 발생시켜서 에어백을 전개합니다.


  여기서 유효충돌속도는 차량이 순간적으로 줄어드는 속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70km/h로 가던 차량이 어떤 물건을 들이받는 순간에 속도가 40km/h로 줄어든다면, 이 경우의 유효충돌속도는 70-40=30km/h가 됩니다.


  제 경우도 사슴을 들이받는 순간, 차체에 충격이 느껴졌지만 30km/h 이상의 속도 급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충돌 전과 비슷한 속도였거든요. 만약 에어백이 발동되었다면 해당 속도에 시야 확보가 안되어 2차 사고가 날 수도 있었습니다.



  3. 경찰 신고(Police report)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미국에서 차량 대 차량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입니다. 경찰 신고 후, 보험사에도 연락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경찰 신고 후, 경찰관이 와서 사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사고 쌍방에게 종이 쪽지를 건네줍니다. 이게 Police report입니다. 이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여 해당 사고에 대한 보상을 받습니다. 


  차량 사고도 작년 여름에 경험해서 써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네요. 일단 미국에서 운전자는 자가 차량 안에 car registration과 자동차 보험 증서를 보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고 발생시, 경찰관에게 이 2가지 문서를 제시하여야 합니다. 차량 등록증은 원본이어야 하며, 보험 증서는 사본이나 사진도 괜찮습니다. 피해자(후방 추돌을 당한 경우 등)도 이 2가지 서류를 모두 경찰관에게 제시하여야 합니다.


  돌아와서, 로드킬의 경우는 경찰을 부르지 않고 가던 길을 가도 됩니다. 하지만 실험 정신이 있던 저는 경찰을 불렀더랬습니다. 경찰에 전화하는 와중에 전화 응대를 한 경찰관은 'you can go home'이라고 했지만, 기다렸습니다. 20분 정도 후에 경찰차가 오더니 다친 데 없는 지, 동물 사체는 어디에 있는지 등을 확인하더니 집에 가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경찰차에서 사체 처리 도구(쟁기 같은 물건)을 꺼내더니 동물 사체를 갓길 바깥 잔디밭으로 이동시키고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police report는 필요가 없습니다. 경찰관이 '보험 처리 하는 데에 있어서 리포트는 필요없으나, 네가 원하면 해줄게. 근데 굳이 할 필요는 없으니 내 명함을 줄게. 혹시 보험 처리할 때 문제 있으면 이거 보여줘.'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습니다. '이 정도 파손은 경미한 거야~'라는 천조국의 여유와 함께..



  4. 차량 수리


  사고 시각이 자정이었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에 보험 회사와 towing company에 연락했습니다. 한 달 후에 수리가 끝난 차량을 찾을 수 있었고, 보험 처리를 통한 자기부담금(deductible)은 1천불이 나왔습니다. 작년에 추돌사고 났을 때는 500불짜리 디덕터블이었는데...



  5. 결론


  야생 동물이 주로 더 출몰하는 밤길 운전시, 제한속도보다 더 느린 속도로 안전운전하시기 바랍니다. 충돌 후, 사체가 도로 상에 있지 않는 이상 그냥 가던 길 가면 되고, 사체가 도로 상에 있다면 경찰에 전화를 걸어서 사체 위치를 말해주고 그냥 가던 길 가면 됩니다. 보험 처리시 차량 수리비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1천불 안팎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