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0s story

[30s] Page 02. London nights



Saturday

June.10.2017 

Tower bridge, London, England



 정신없는 와중이지만 기억이 더 흐릿해지기 전에 조금씩이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유럽 여행 이야기는 총 5개의 포스팅으로 이루어 질 예정이며, 주관적 느낌 위주로 서술하고자 합니다.



유럽 여행의 시작, 런던




Phase 1. 런던, 잉글랜드


기간 

 - 2017.06.09 - 2017.06.14 (5박 6일)


주요 관람 

 - 빅벤, 런던아이, 웨스트민스터 사원, 트라팔가 광장

 - 소호, 피카디리 서커스, 옥스퍼드 서커스

 - 셜록홈즈 박물관, 리젠츠 파크, 세인트 제임스 파크

 - 포토벨로 마켓, 브릭 레인 마켓

 - 하이드 파크, 타워 브리지, 런던 탑, 세인트 폴 대성당

 - 그리니치 천문대, 프림로즈힐

 - 제이미 이탈리안 타워브리지점, Maze restaurant (Mayfair)

 - 애비 로드, 워털루 역, 킹스맨 양복점

 - 뮤지컬 <위키드>, 뮤지컬 <북 오브 몰몬>

 - 테이트 모던, 대영박물관, 버킹엄궁전 교대식

 - 킹스크로스/세인트 판크라스 역



 원래 맨 처음에 유럽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2주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하반기 준비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는데, 최소한 7월부터는 필기 공부가 들어가야 했거든요.


 하지만 여행 지역을 알아보고, 주변 지인들의 추천을 받으면서 하나씩 추가하다보니 총 계획이 26박 28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유럽을 가지 못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도시를 집어넣던 제게 있어, 런던은 '당연히 가는 곳'이 되었고, 섬나라라는 이유로 시작점 혹은 끝점 둘 중 하나로 정해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런던이 유럽 여행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굳이 구체적으로 더 이야기를 해 보자면, 시작 도시를 런던으로 잡은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런던 in으로 해야 항공권 값이 15만원 정도 절약이 되며, 다른 도시를 보고서 런던을 보면 감흥이 적다는 경험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몇 일 차에 어디를 가서 뭘 보고, 뭘 먹는다는 것을 일일이 정했던 20대의 여행 방식과는 달리, 이번 유럽 여행은 교통편과 숙박만 정해두고, 나머지는 그 때마다 발 가는 곳으로 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여행을 다니다보니 저보다 더 무계획으로 잘 다니는 분들도 많긴 하더군요.


 결과적으로는 이런 여행 방식은 휴가 기간이 타이트하게 고정되어 있는 직장인을 제외하고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도 덜 받으며, 여행자답게 마음의 여유가 생기며, 전체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서술할 유럽 여행 포스팅은 사진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빼고는 올리지 않겠습니다. 이미 인터넷과 SNS에 수많은 사진들과 설명, 근본없는 'XX 맛집'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too much information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서술 방식은 시간순이라기보다는 생각나는 것부터 쓰겠습니다.



 참고로 런던 여행시, 코츠월드나 옥스퍼드, 세븐 시스터즈나 해리포터 관광지 등을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일치기 근교투어라고 보시면 되는데, 검색해보시고 나랑 맞겠다 싶으면 가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전 안 갔어요.




런던 1. 런던의 랜드마크를 보고 거닐다




▲ 보수공사에 들어가서, 이제 당분간은 온전한 모습을 보기 힘들게 된 빅 벤.


 17시가 좀 지난 시각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영어 안내 글씨가 저를 반겼어요. 유럽 여행시 관광객들이 가는 모든 곳은 기초 영어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대충 올라, 봉주르 같은 인사말 정도 알아가시면 됩니다. (+사랑해요 연예가중계)


 제가 묶을 숙소인 Sohostel이 있는 소호 거리까지는 여러 루트가 있지만, 깔끔하게 지하철 타고 갔습니다. 옥토퍼스카드라고 있는데 이거 사용해서 가면 편합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씻고, 그놈의 야경(이 때만해도 유럽여행자들이 야경 야경 거리는 걸 몰랐음)을 보러 빅벤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오오... 이것이 유럽인가. 실제하는 곳이구나. 런던 아이도 있구나. 근데 6월 초인데 왜이렇게 춥냐... 정도의 인상. 


 방문 당시 기준, 얼마전 일어났던 차량 테러 때문에 웨스트민스터 다리 인도 출입구 쪽에는 블라드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도시도 그렇지만, 특히 런던의 경우는 '어디를 가나 매우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국 여행지를 추억해본다면 '혼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밤길을 걸어도 안전한 느낌은 키웨스트 말고는 없었다'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런던 이외의 모든 도시는 이런 안정감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양날의 검이에요. 그만큼 사람들이 경계심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테러 성공률이 높은 편이라고나 할까요. 대한민국의 경우는 외국인스럽게 생기기만 해도 지하철 안 모든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지만 런던은 그렇지는 않거든요. 더 이상 안전한 도시가 아닌 런던의 변해가는 모습이 그 블라드로부터, 그리고 타워브릿지 내 추모 공간으로부터 느껴졌습니다.




▲ 즐겁게 거니는 사람들과 화창한 하늘 아래, 추모공간에 놓여 있는 꽃다발은 식어가는 사람들의 관심처럼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타워브릿지가 더 좋았습니다. 이렇게나 평화롭고 예쁜 곳에서 그런 테러가 일어나다니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요. 날씨가 열일한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날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우중충하다는 런던은 물론이고, 파리와 바르셀로나까지 단 하루도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 날씨 운은 동유럽에 가서야 깨집니다. 우중충한 동네...



 리젠츠 파크와 하이드 파크는 적당히 예쁜 것에 비하면 잔디와 거리마다 애완동물의 배설물로 냄새가 좀 났습니다. 프림로즈힐에서 바라본 런던의 야경은 이걸 사랑하는 사람이랑 봤다면 그나마 나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구요. 암튼 엄청나게 추웠다는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셜록홈즈 박물관에서 곰인형과 에코백 하나를 샀는데, 이 에코백은 나머지 여행 기간 내내 제 분신처럼 곁을 지켰습니다. 런던의 마켓은 두 군데를 갔는데 남자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큰 감흥은 없었고, 그리니치 천문대는 다른 사람에게 '들어갈 가치도, 갈 가치도 없으나 심심하면 한 번 가서 한적함을 느껴보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테이트 모던은 '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대중들은 네가 똥을 싸더라도 박수칠 것이다.'가 어떤 느낌인지를 알려주는 작품들이 많았고, 대영박물관은 '그래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으니 무료 개관하는구나.'였습니다.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은 그리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런던 2. 뮤지컬을 보다


 


▲ 아침 7시 반부터 기다려서 얻어낸 뮤지컬 <위키드> 데이시트. 굳이 다시 하고 싶지는 않은 경험.



 런던 피카디리 서커스 근처는 뮤지컬 극장이 밀집한 곳입니다. 뭐 위키드 극장은 그 곳에서 거리가 좀 많이 떨어진 곳이긴 해요.


 뮤지컬마다 얼리 버드 시스템이 좀 다릅니다. 위키드 같은 경우에는 맨 앞줄을 빼 놓고, 이를 09시 30분부터 판매합니다. 보통 07시 전후로 가서 줄을 서서(정확히는 돌계단 위에 앉아있어야...) 2시간 반 정도 있다가 티켓을 사면 됩니다. 30파운드였나 그런데, 맨 앞줄이 생각보다 시야각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고, 고개를 좀 들어야해서 불편하긴 합니다. 



 제가 07시 30분에 갔을때 4등이었는데, 미국인 노부부가 1,2등, 벨기에에서 산파보조를 하는 친구가 3등이었습니다. 이 3명과 거의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는데, 되게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어요. 특히, 벨기에에서 온 친구는 거의 한 달에 두 번씩은 위키드만 보러 런던에 오는 친구였어요. 에코백에 넣어둔 프로그램북을 꺼내서 자랑을 하는데, 거의 모든 캐스트 배우의 사진에 친필 사인을... 매니아 오브 매니아 중 하나였습니다.


 그 뒤로 하나둘씩 오는 한국인들과 일부 외국인들이 있었구요. 날씨는 6월 초중순 아침 치고는 엄청나게 쌀쌀했습니다. 런던은 8월 한여름에 가더라도 긴 팔 바람막이는 무조건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런던을 떠나기 전 날, 수중에 120파운드 정도가 남아있었습니다. 하릴없는 방황을 마치고, 뮤지컬 <북 오브 몰몬> 럭키드로우에 참여하였으나 실패! 바로 창구로 가서 앞에서 5번째 줄 핵 로얄석을 97.5파운드 주고 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위키드>보다 훨씬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몰몬교 선교사 두 명이 우간다로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많은 한국인 관람객의 증언(?)과 같이 한국에는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종교적인 비꼼이 강한 뮤지컬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뮤지컬 창작한 사람이 병맛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사우스파크>의 그 친구들입니다. 무려 에미상 수상.




런던 3. 5년 전의 추억, 제이미 이탈리안




▲ 저 파스타 그릇과 감자튀김 그릇까지 호주 시드니 점과 똑같았습니다.



 2012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제이미 이탈리안 시드니점에서 제 청춘 6개월을 바쳤습니다. 그 곳에서 닦은 접시와 수저, 나이프가 수만개요 깨먹어서 버린 접시도 수십 개는 됐습니다. 주워먹은 음식들과 밤 11시마다 제공(이라 쓰고 남은 재료 떨이)된 스텝밀 파스타를 먹었는데도, 몸무게가 8kg 감량된 제 인생 외모 리즈 시절...



 아무튼, 전날 타워브릿지에서 동행으로 잠깐 만난 생각없는 두 명의 한국인을 하드캐리하며 갔던 알 수 없는 레스토랑에서 홍합탕과 이런 저런 음식을 시켜 먹었더랬습니다. 역시 영국 음식은 노답이구나 를 깨닫게 해 줬는데요.


 그 다음 날 낮에 하릴없이 여기 저기를 걸으며 타워브릿지를 향해 가다가 익숙한 가게 로고를 발견했습니다. 그게 바로 5년 전 일했던 제이미 이탈리안 타워브릿지점.



 너무 맛있었습니다. 위 사진대로 먹고 택포 17파운드 정도면 런던에서 가성비 좋은 축이지요. 참고로 한국인들이 단체 정모를 하러 가는 식당인 버거 앤 랍스터는 굳이 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피렌체에서 비슷한 류의 레스토랑을 갔는데, 한국어 메뉴까지 있더라구요. 아마 런던 버거 앤 랍스터도 그런 식일 겁니다. 안 가봐서 의견을 말씀드릴 순 없지만, 런던에 유명한 음식점 꽤 많습니다. 잘 찾아서 맛있게 드세요.




런던 총평 : 굳이 또 갈 일이 있을까



 음식은 좀 잘 찾아다녀야 하고, 날씨는 한여름에도 추우니 긴팔 챙겨가야합니다. 거리는 안전한 편이나 테러 위협때문에 확답은 더 이상 드릴 수가 없군요.


 테마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변화가 다양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가는 코스로만 가지 마세요. 그럴거면 패키지로 가는게 차라리 낫습니다. 뮤지컬 특집/마켓 특집/박물관 및 미술관 특집/도보 특집/맛집 발굴 특집/그놈의 야경 특집 등 테마는 잡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편안하고 날씨도 좋았고, 마음의 여유도 있었으나 굳이 또 찾아갈 매력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게 다 혼자 가서 그런겁니다.



 다음 포스팅 여행지는 파리이나, 언제 작성할 지 기약은 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