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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back story

[Outback] sheet 38. Outback story week 7





Date       12.01.11. - 12.01.17. 

 

호주 시드니 생활 7주차입니다. 

 

7주차 일정 요약 

 

12.01.11.수

오전 11시, bistrode Hotel CBD에 가서 쉐프를 만남. 
그냥 금요일에 일 나오라고 함. (캐주얼이니까... 캐주얼 부려먹지마라!) 
근처 merivale office가서 서류 이것저것 작성함. (결과적으로는 쓸따리 없는 짓이 됨.) 

12시 반쯤 집에 와서 앉아있는데, 고민이 시작됨. 
이거 시작했다가는 잘못 코 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피셔맨 코브 + Hotel CBD 2잡 시스템이면 주당 260불 + 200불 = 460불 정도.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점찍어둔 jamie's italian으로 눈도장 찍으러 출근. 

윈야드 역에 도착하니 15시. 
가게 들어가서 pete 있냐고 물었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함.
곧 pete가 나옴. pete는 부주방장임. 키친 파트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됨.
15시가 좀 한가한 때라서, 빈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 시작함. 
이는 곧 나의 리스닝 테스트 모드가 시작되기도 했다는거. 50%정도 알아들음..


내용 요약인 즉슨 다음과 같다.

- 오, 우리는 너를 기다려 왔다.
- (왜냐고 물으니) 이미 Dennis LEE라는 매우 훌륭한 친구가 여기서 일하고 있다. (내 영어 이름은 Denis LEE)
- 지금 당장 이번 주에는 vacancy가 없다.
- 그런데 다음 주에 한국인 친구 하나가 한국 돌아가야되서 자리가 하나 생길 거다.
- 시간대는 언제가 괜찮나? / 언제나 가능 ㅎㅎ
- Full time? or Part time? / I wanna full time job. (강조했다. 풀타임이 시간 보장되고 안정적이니까.)
- (정말 내 이력서를 보았느냐? i can't believe하다고 하니, 자신의 아이폰을 꺼내서 이메일 열고, 내 이력서를 보여줌)
- 며칠 후에 연락을 주겠다.


그렇다.
위에서 나온 Dennis LEE는 sheet 11에서 잠시 소개했던 블로그, 싸사 COMPANY의 주인공 되시겠다.
내 워홀 잡 테크트리의 롤 모델이 이 분인데, 이미 이 친구가 11월 초에 jamie's italian에 일하게 된 거는 알고 있었다.
아, 이름이 같은 거는 우연이다. (나는 n이 1개 적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름이 같은 애가 온라인 이력서를 냈다고 해서
이 친구 한 번 면접보자는 말이 나왔단다. 그래서 위에서 pete가 너 기다려왔다고 한 거다. ㅋㅋ

물론 모른 척 했다. 괜히 아는 척 해서, 어드밴티지 같은 거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순전히 내 힘으로 일자리를 따 내고 싶었다. 


12.01.12.목

집에서 푹 쉼.
집 근처 헬스장에 처음으로 갔다. 몸좋은 서양종자들이 많다.
꿋꿋하게 내 할 운동을 했다.
그리고 피셔맨 코브 출근.
오늘은 연락이 안 오네...



12.01.13.금

아침 8시 55분. 문자 오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연락올 데가 없는데 뭔 문자냐 하고 봤더니, pete chef의 문자!!
주말이나 다음 주에나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오다니!
그냥 스샷 전문을 올린다.


원래 이 날 계획은 이거였다. 
- 피셔맨 코브는 데이오프였음.
- Hotel CBD 디너 시프트 나가는 날이어서, 집에서 쉬다가 나갈 계획. 

그런데 위와 같은 상황이 생겼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jamie's italian에 갔다.
도착해서 pete를 찾았다. pete는 날 반갑게 맞아주고, Dennis를 소개해 줬다. 
아 드디어 만나는구나. 나중에 블로그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 해줘야겠다 ㅋㅋ
지하에 옷 갈아입는 곳에서 작업용 티를 갈아입고, 안전화 신고, 에이프럴 걸친 후에 trial이 시작되었다. 

식기세척실에서 일 좀 돕다가, 마늘 얇게 슬라이스 하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하는 도중에 오른손 엄지가 베였다. 
'아 x됫다... 어떻게 잡은 trial 기회인데...' 
그걸 봤는지 Dennis가 손 cut 했냐고 물어왔다. 응급 지혈을 한 후, 반창고를 붙여줬다. 고맙다 경민아 ㅠㅠ
나중에 경과를 지켜보니, 4일째가 되어서야 상처에서 피가 안 새어 나올 정도의 cut이었는데,
저때는 부상투혼을 발휘하면서 일을 했다. 

trial이 언제까지인지를 안 알려줬다. 그냥 계속 일을 했다. 
금요일 런치라 그런지 상당히 바빴다. 평일 저녁이 덜 바쁜듯. 
15시쯤 되니, 일손이 좀 한가해졌다. pete에게 물었다. trial 끝난 거냐고.
그러더니 알았다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는 2층 office에 올라갔다. 
두근두근...
잠시후, pete가 종이 몇 장을 들고 나왔다. 
고용 application form!! 
테이블을 중간에 두고 마주 앉았다. 

- Dinner shift를 하게 될 거다. 18시 - 02시. 8시간. 주 5일. Full time. 
- 다음 주 화요일 17시 30분에 오라. 다음 주는 화~토. 그 다음주는 월~금. 
- 시급을 안 물어봤네... 풀타임이라 17불인가 18불 한댄다. 연금(superannuation) 9%씩 따로 적립이 되고.
  2주에 페이 한 번씩 들어오고. 보통 1100-1200불이니 주 600불 되는 듯. (세후)

그렇다. 오지잡, 텍스잡을 따낸 거다! 
오예!

15시 30분. 바로 피셔맨 코브로 갔다. 프랭키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새로운 일을 구해서, 다음 주 부터는 일을 못 할 것 같다고 하니, 이해한다고 했다. 이번 주 주말까지만 나오랜다. 
고마워 프랭키 ㅠ.

16시 30분. Hotel CBD로 갔다.
하루라도 일하고 100불 벌려고 갔는데, jeremy chef가 다음 주 수,금에 시간 되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안 된다고 했다. 일이 겹친다고. 
그러더니 가라고 한다. 필요없다고. 
알았다고 했다. 나도 이 일 필요없다. 주에 이틀 불러다 일시킬거면서. 쿨하게 나왔다. 메롱.
면접 시간 지마음대로 바꿀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고객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인거다. 잘 생각하며 살아라 jeremy. 

집에 와서 쉬다가, 내일 캔버라로 떠나는 쉐프 형님 송별회 맥주 파티를 했다. 
새로 산 중고차에 들어가는 돈이 많다고 계속 툴툴거리셨는데...ㅋㅋ 
도형이형, 건강 챙기시고 캔버라에서도 돈 많이 버시길! 바지 2벌이랑 가방 잘 쓸게요 ㅎㅎ
 


12.01.14.토

푹 자고 일어났다. 
쉬다가 피셔맨 코브 출근. 캐머런과 업사나, 클레미와 사진을 찍었다. 


12.01.15.일

집에서 휴식.
피셔맨 코브 출근. 마지막 날이네... 
디팍과 셰라와 함께 마감을 한 후, 사진을 찍었다. 
마감 때 남는 치킨 음식들과 파스타를 한가득 포장해줬다. 고마워 ㅠ. 



12.01.16.월

집에서 정말 푹 쉬었다. 
오후에 헬스장 한 번 갔다 오고.
콜스에서 소고기 비프 스테이크 4.88불짜리 사 왔다. 내일 먹어야지.
내일이 첫 출근이구만!


12.01.17.화

어제 콜스에서 사온 스테이크를 구워먹었다. 되게 맛있다. 자주 사먹어야겠다. 
집에서 체력 비축을 한 후, 16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피셔맨 코브에 가서 지난 주 마지막 급여 260불을 받았다.
그리고 윈야드 역으로 출발!

pete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form을 체크하더니, perfect하다고 한다. 오 굿 ㅋㅋ
원래 마감 타임 키친핸드가 4명인데, 1명이 이틀 전에 다쳐서 오늘은 3명이랜다.
다 한국인 친구들, hebe와 ryan. hebe는 나랑 동갑이고, ryan은 나보다 한 살 어리다.
둘 다 일을 잘한다.

hebe가 디시워시 머신을 잡고, 나와 ryan이 교대로 접시 나르는 거랑 팬 쳐 내는 거를 했다.
전쟁치르는 느낌이 이런 건가. 계속 쳐냈다. (닦아서 다시 갖다놓는 거를 쳐낸다고 표현.)
어느덧 23시. 잠시 저녁밥 파스타를 먹은 후, 마감 청소가 시작되었다.  
간단하다. 키친에 있는 식기 다 닦아내고, 자리에 갖다 놓고, 쓰레기통 비우고,
쿨룸이랑 식기세척실 미싱하면 끝이다. 아 간단해. 빡세다.

다 끝나니 01시 35분. 버스를 놓쳤다. 다음 버스는 02시 30분.
타운홀 역으로 걸어가서 hebe와 이야기를 나눴다. 둘 다 피곤하다.
hebe는 먼저 02시 05분 버스를 타고 갔다.
나는 더 기다리다가 02시 30분 N90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
아웅 빡세다! 


드디어 오지잡을 구한 거다 / 근데 실감이 잘 안난다


 
그렇다. 오지잡을 시작하게 되었다. 호주에 온 지 7주가 지난 이 시점에서 말이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 미리 일하는 Dennis와 이름이 같은 우연 덕분에 눈에 띄기도 했고,
- 마침 다음 주에 vacancy가 생기는 타이밍에 가게를 찾아가기도 했다.
  (아 수요일 이 날의 판단은 정말 최고였다. 원래 토요일에 찾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에게 운이 따르리라니. 
trial 날 때 얼타는 모습 많이 보여줬다면, 나 안 뽑아줬을거다. 정말이다. 

인생도 그렇고, 사는 게 그렇지만, 특히 워홀 생활에 있어서 순간순간마다의 판단력이 중요하다.
1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원하는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그 때 드는 생각을 재빨리 실천에 옮겨줘야한다.
원래 저 수요일 날에는 집에서 쉬다가 피셔맨 코브 가려고 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 날 안가면 답답해 죽을거 같아서 jamie's italian 가게를 간 거다.
그리고 일자리를 구하게 된 거고. 

해야 겠다, 싶으면 바로 실천에 옮겨라. 


대부분 한국 워홀러들, 특히 여성분들이 많이 그런다. 캐쉬잡만 줄창 하다가 돌아가는 그런 생활.
농장에서 세컨 딴 후, 2년차를 시티에서 캐쉬잡 투잡만 하는 누나도 봤다.
왜 그런고 하니... 이력서를 내러 돌아다니거나, 그런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이라는게, 하다 보면 적응되고, 그러다보면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다른 데에 가게 되면, 처음부터 일을 다시 배워야 하니 좀 짜증나지 않겠는가.

그걸 이겨내고 도전하면 더 풍부한 경험, 더 많은 돈, 더 많은 사람들을 접할 수 있는 거고,
그렇지 않고 캐쉬잡에 만족하며 살아간다면, 한국 돌아가서 호주 시티잡 별로라고 험담하고 다니고 그러는 거다.

호주 온지 이제 50일차가 되었는데, 나에게 있어서 호주 워홀 생활은 매일 매일이 새로운 도전의 순간이었다.
50일이 그랬고, 앞으로 190일도 그럴 거다.

도전합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입니다.



p.s. 일단 앞으로 2주는 jamie's italian에 내 몸 좀 적응 시켜야겠다...